로키! 숨도 시간도 멎었다 - 캐나다 밴프 & 재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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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숨도 시간도 멎었다

[헤럴드경제 2004-09-13 12:11]

캐나다 밴프 & 재스퍼

토론토의 나이애가라 폭포가 캐나다 동부를 대표하는 웅장함이라면, 서부의 위풍당당함은 당연히 캐나디안 로키의 몫이다.

그리고 캐나디안 로키의 관문이자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이 바로 밴프 국립공원.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와 대륙횡단철도가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이자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다.

로키 산맥 중앙에 위치한 밴프는 재스퍼에 비해 크지만 2~3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정도의 소규모 도시다. 작고 아담한 상가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연 400만명 이상. 로키의 장쾌한 경관에 더해 온천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어퍼 핫 스프링스(Upper Hot Springs)는 류머티즘에 시달리던 곰들이 발견해 치료용으로 즐겼다는 유황천으로 휴화산인 설퍼 산 근처에 있다. 우리나라 온천에 비하면 온도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기백 넘치는 로키의 산줄기를 바라보며 야외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것은 놓치기 아까운 경험이다. 1700년대 중반까지 탐험가에게만 그 모습을 허락했던 밴프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명함을 내밀게 된 것 역시 1883년 캐나다 동서연결철도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유황온천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밴프 국립공원 전체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설퍼 산에 올라야 한다. 2000m가 넘는 고도지만 곤돌라를 타면 약 8분 만에 정상에 도착한다. 정수리에 눈을 이고 있는 산들은 하늘과 맞닿아 있고, 구름 속에 떨어지는 해는 은빛 속에 아득하다. 펼쳐진 경관이야 끝이 없겠지만 눈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그 속절없음에 목이 타서 먼지가 일어날 정도다. 그래도 저 멀리 보이는 밴프 시가지의 실루엣을 접하는 흥이 도도하다. 밴프에는 죽은 사람의 혼이 다시 만나는 곳이라는 미네완카 호수,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의 배경이 됐던 보우 폭포, 병풍처럼 둘러친 로키의 산자락 안에 자리잡은 세계 최고의 호텔 중 하나인 밴프스프링스 호텔 등이 서로 아름다움을 경쟁한다.

그 중 보우 폭포는 인디언들이 이곳에서 활의 재료를 구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폭포의 물줄기를 공급하는 보우 강은 멀리 재스퍼 국립공원 근처의 보우 호수에서 발원해 캘거리와 위니펙 호수를 거쳐 멀리 허드슨 만으로 흐른다. 폭포 인근에는 인디언 말로 `영혼`을 의미하는 미네완카 호수와 페이토 호수가 있다. 페이토 호수는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물색이 에메랄드 혹은 블루사파이어와 같은 빛으로 바뀐다. 물에 섞인 부유물질에 햇빛이 반사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거대한 빙하ㆍ장쾌한 폭포ㆍ에메랄드빛 호수 등

아름답고 화려한 비경 "마치 神이 빚은 보석"

`로키의 보석`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 재스퍼는 밴프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만 해도 작은 시골 마을에 불과했다. 그래서일까. 캐나디안 로키의 중심도시로 명함을 내민 지금도 마을 분위기는 훈훈하기만 하다.

재스퍼에는 높이 50m, 넓이 3m에 이르는 말린 협곡을 비롯해 퍼트리셔 호수, 피라미드 호수 등이 유명하지만, 도시 전체가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거리의 건물들도 동화 속에서 막 뛰쳐나온 듯 오밀조밀한 모습이다.

재스퍼는 그 자체도 아름답지만 도착하기까지의 여정 또한 특별하다. 특히 밴프에서 이곳까지 이어지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 Parkway)는 로키가 간직한 아름다운 호수, 빙하, 산들이 줄줄이 이어진 화려한 풍경으로 인해 `천국의 도로` 혹은 `천국으로 가는 도로`라는 별호를 들을 정도다.

산 위에 매달린 거대한 빙하는 녹아내리면서 까마귀 발톱 모양, 새 모양 등을 만들고 빙하가 녹아내린 산 위에서는 가는 물줄기가 폭포처럼 떨어져 공중으로 흩어진다. 비경을 놓치기 아쉬워 도로 한쪽에 차를 세워 경치를 감상하는데, 재스퍼를 향해 가면 갈수록 차를 멈추는 횟수가 많아진다. 도중에 엘크나 곰 같은 야생 동물들을 맞닥뜨리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김수진 트래블타임즈 기자(esca@itraveltimes.com) [여행메모]

가는 길=캐나다 밴쿠버까지는 대한항공, 에어캐나다, 싱가포르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여름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운항 요일이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사전에 반드시 운항 스케줄을 확인해야 한다. 비행시간은 10시간 정도. 밴쿠버에서 캘거리까지는 국내선이 30분 간격으로 운항하며 1시간20분 정도 소요된다. 캘거리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달리면 캐나디안 로키의 관문인 밴프에 도착한다. 밴프에서 재스퍼까지는 약 300㎞로 해발 1500~2000m 정도를 넘나드는 산간도로이지만 협곡을 달리기 때문에 그리 험하지 않다. 에어캐나다가 내놓은 에드먼턴 로키 항공일주 7일을 포함, 다양한 여행상품이 있다. 캘거리, 밴프ㆍ재스퍼 국립공원, 에드먼턴 등 앨버타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특히 에드먼턴 로키 항공일주 7일 상품은 밴쿠버에서 밴프 국립공원까지 버스 대신 항공기로 운행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한화투어몰(02-311-4482), 롯데관광(02-399-2304) 등에서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