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알버타주 배드랜드의 중심지 드럼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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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알버타주 배드랜드의 중심지 드럼헬러

티라노사우러스를 ‘배드랜드’서 만나다!

한마디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었다. 캐나다 알버타주 캘거리에서 북동쪽으로 달리기를 1시간 30분여. 있는 것이라고는 일직선으로 시원스레 뻗은 2차선 고속도로와 그 옆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대평원, 그리고 까마득한 지평선. 가끔 나타나는 맞은편 차량이 반갑기까지 할 정도의 광활함이다. 그 광활함에 대한 시샘이 지루함으로 변질되려는 순간 사위의 풍경이 일순 옷을 갈아입었다. 단조롭기만 하던 대평원은 어느새 기이하고 묘한 행색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달 표면에 착륙한 듯, 바다 밑바닥에 내려앉은 듯하다. 알버타주의 또 다른 모습인 ‘배드랜드(Badland)’다.

■ 농사는 Bad, 여행은 Good!

2005년 주 탄생 100주년을 맞는 캐나다 알버타 주는 그 설렘의 떨림만큼이나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매력의 파동을 지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밴프, 재스퍼, 캔모어, 카나나스키 등의 지역이 대표하듯 알버타주는 캐나다 로키산맥의 웅장하고도 아기자기한 산악미를 간직한 곳이다. 그러나 로키산맥의 유명세가 너무 큰 탓인지 알버타주의 수평적 아름다움은 종종 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대평원은 그저 대지의 광활함을 상징하거나 로키산맥의 받침대 정도로 인식되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휑해 보이기만 하는 그 대평원 속에는 인간을 너끈히 압도하는 만고의 세월과 대자연이 빚은 합작품이 숨겨져 있다.

배드랜드는 그 합작품 중 걸작이라 할 만하다. 배드랜드라는 명칭은 초기 정착자들이 ‘농사짓기에 나쁜 땅’이라는 의미로 부른 말이다. 분명히 농사에는 쓸모없는 땅이지만 여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굿랜드(Goodland)’임에 틀림없다. 어디에서나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지형이 아닐뿐더러 대자연의 신비가 오롯이 깃들여져 있기 때문.

배드랜드는 캘거리 북동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드럼헬러를 중심으로 펼쳐진 침식지대를 일컫는다. 7000만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빙하에 밀리고 로키산맥에서 흘러나온 강물에 휩쓸리고 바람에 깎이며 기기묘묘한 형태를 이뤘다. 빙하와 물과 바람이라는 조각가의 작품을 세월이라는 큐레이터가 전시한 거대한 천연 미술관인 셈이다. 어느 작품은 달 표면의 옴팍한 구릉 모습이고 또 어느 것은 올올고봉의 꼿꼿함이 배어있다. 누구는 ‘미니 그랜드 캐니언’ 같다하고 누구는 거대한 해파리가 잠자고 있는 듯하다 한다. 버섯모양을 한 녀석들은 ‘후두스(Hoodoos)’라는 이름을 얻었고, ‘호스슈 캐니언(Horseshoe Canyon)’이나 ‘호스띠프 캐니언(Horsethief Canyon)’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얻은 녀석들도 있다. 크고 작은 이암과 사암, 협곡들 속에 수 천 만년의 세월을 머금고 있으니 이 세상의 축소판이라 못할쏘냐.

■ 7000만년 전 백악기 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배드랜드의 중심지인 드럼헬러는 공룡의 마을이기도 하다. 이곳 배드랜드 일대는 공룡화석의 요람이다. 지난 1884년 지질학자 조셉 버 티렐(Joseph Burr Tyrrell)이 배드랜드 퇴적층에서 후에 ‘알버토사우러스(Albertosaurus)’로 명명된 공룡화석을 최초로 발견하면서 이곳은 세계적인 ‘공룡 유적지’로 발돋움했다. 현재까지 이곳 드럼헬러 일대에서만 20종 이상의 공룡 화석들이 발견됐으며, 인근 주립공룡공원(Dinosaur Provincial Park)’은 이미 지난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현재까지도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치 사전기획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배드랜드와 공룡화석은 더할 나위 없는 조화를 이룬다. 때문에 이 작은 마을 드럼헬러로 전세계의 여행객이 몰려든다. 최초의 공룡화석 발굴자인 조셉 티렐의 이름을 딴 공룡박물관 ‘티렐 박물관(Royal Tyrrell Museum of Palaeontology)’에는 매년 30~40만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으며 내년에는 800만명째 방문객 맞이를 앞두고 있다. 이곳은 고생대의 각종 생물과 화석, 공룡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여행객들을 위한 화석발굴 체험, 화석 본뜨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드럼헬러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형성돼 있는 공룡산책로(Dinosaur Trail) 가이드 투어 등도 운영해 배드랜드 속 공룡의 자취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곳 드럼헬러는 오로지 공룡과 배드랜드로만 먹고 살고 있다 싶을 정도로 공룡마케팅에 열중이다. 시내 곳곳에 공룡 간판이나 모형이 들어서 있는데 그 중 압권은 ‘세계최대공룡(World Largest Dinosaur)’이다. 높이가 25m에 이르는 거대한 티라노사우러스이니 확인할 길은 없지만 정말로 세계 최대 크기의 공룡일수도 있다. 공룡 뱃속을 위로 가로지르며 설치된 계단을 오르면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놓고 있는 공룡의 입 속이다. 공룡의 마을 드럼헬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 밖에도 시내 곳곳에 화석 판매점이나 공룡 기념품 판매가게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고 보면 배드랜드를 찾는다는 것은 결국 7000만 년 전 백악기 시대로 타임머신의 시계바늘을 되돌리며 알버타주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가는 시간여행이다.

캐나다 드럼헬러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캐나다관광청 www.travelcanada.or.kr 02-733-7740
발행일 2004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