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전혀 운전을 해보지도 않고 단지 캐나다에 오기 전 운전면허증만 바로 따서 이곳에 와보니 차가 없으면 도저히 업무를 볼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 온지 몇일 만에 13만km를 운행한 중고 밴을 천불을 깍아 6800불에 주고 샀다. 여기 이민자들에게 있어서 현찰 6800불은 적은 돈이 아닌 것을 살면서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캐나다 사람들이 은행 모기지를 얻어서 차를 사는 것이 보통이다.
차를 살 때에는 10월초라 그런대로 운전하기가 괜찮았다. 교통도 막히지도 않고, 끼어드는 것도 별로 없고, 양보도 잘해주니 운전하는 것이 오히려 재미있을 때도 있다. 그런데 겨울이 되니까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눈길 운전 경험이 전혀 없었던 나에게 그해 첫 겨울에 사고가 터졌다. 눈오고 추운 겨울 날 우리 교회 한 유학생의 쇼핑을 도와주다가 신호등이 있는 비탈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어-어- 어- 꽁(꽝이 아님) ! 앞차를 들이받았다.
급히 내려서 앞에 탄 운전석을 살펴보았다. "Are you okay ?" "No, not okay !" 잠시 후 앞 차 운전자가 정신을 차리고 내리더니 자기 차를 살펴보았다. 같이 시선이 따라가 보니까 전혀 표시가 나지 않았다. 내 차도 아무런 표시도 안났다. 그런데 앞차가 엔진이 꺼지고 말았다. 얼뜻 차의 외모를 보니까 굉장이 녹이 슬어 오래된 차인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추운 겨울날 차의 시동이 다시 켜지지 않자 결국 견인차를 부르고 근처 몰에 가서 나의 보험증 번호와 운전면허증 번호, 그리고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그렇게 밖에서 몇십분을 있다 보니까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밖에서 떨 필요가 없이 내 차 안에서 용무를 보면 되는데 !) 그리고 도로에서 서있는 동안 다른 차량의 운전자들이 빙그레 웃고 지나간다. "여기 눈길 운전이 만만치 않지 !" 하는 시선으로 말이다. 이곳은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다보니까 아무래도 교통사고가 겨울에 많이 난다. 그런지 몰라도 여기 보험료는 한국보다 2-5(?)배 훨씬 비싸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에게 "I like snow." 하면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만큼 눈길 운전에 애를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눈이 많이와도 여기 사람들은 차에 체인을 감고 다니는 법이 없다. 그냥 쌩쌩- 이다. 그리고 보통 눈이 오는 저기압 날씨면 추위도 같이 따라온다. 그렇게 해서 한 5년을 여기서 살다보니 나도 자연 눈이 싫어진다. 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밀가루처럼 날리는 눈이 올 때도 있다. 한국에서 내리는 펑펑눈(함박눈)이 내리는 풍경하고는 좀 색다르다. 나는 한국의 함박눈이 훨씬 더 정감이 있어 좋다 !
그렇게 해서 교통사고가 나고 결국 내 보험회사에서 몇천불이 지불이 되었다고 편지가 왔다. (겉 모습은 멀쩡해도 엔진이 작동이 안되었으니 아마 엔진을 고친 모양이다.) 그 교통 사고 경험이 있다 보니 이제는 교통 사고가 나면 별로 당황이 안된다. 그리고 추위에 떨면서 고생하지도 않는다. 사고에 대처하는 마음의 준비와 요령이 터득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될수 있으면 그렇게 눈오는 날이면 차를 끌고 밖에 안나가는 것이 상책인 것 같다. 예배 드리는 시간은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