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무 자책하지마라.

“목사님, 오늘 설교 제목이 마음에 좀 안 듭니다.” “아니 왜요?” “아- 저는 아들이 아니고 딸인데 설교 제목이 처음부터 ‘아들아-’ 하고 나오니까 솔직히 좀 기분이 안 좋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제목을 바꿀게요. ‘딸아, 너무 자책하지마라.’ 이제 됐습니까? 마음이 괜찮아졌어요? 오케이?”

여러분, 제가 굳이 설교 제목에 ‘아들아-’라고 한 것은 제가 남성우월주의자가 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저도 하나님 보시기에 한 사람의 아들이니까 그런 겁니다. 여성분들 무시하려고 그런 것이 절대 아닙니다. 자- 오늘의 말씀을 각자 아들이면 아들대로, 딸이면 딸대로 자기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받으시기를 축원합니다.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제대로 취업도 못하고, 성격도 아주 내성적이라 이성과의 연애도 잘 못하고, 같은 남자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리지도 못했습니다. 이럴 때 자칫 자신이 초라해지면서 자신감은 떨어지고 우울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 나는 왜 이럴까?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세 종류의 사람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첫째, “그래, 내가 잘못된 것은 고치고, 좀 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자.” 하고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삼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려는 사람입니다. 둘째,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안 풀어지고 힘들어지는 것은 누구누구 때문이다. 부모님 때문이고, 이 더러운 사회 때문이고, 그 녀석 때문이다.“고 하며 반사회적으로 변하는 사람입니다.

셋째, 자기반성이 너무 지나쳐 자기 학대나 자기 파괴 쪽으로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특히 착하고 좀 더 완전을 추구하려는 분들 중에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이런 분들은 자기의 조그만 실수조차 용서하지 못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조그만 실수는 “아- 내가 또 실수했구나. 앞으로 그러지 말자.” 하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듯이 툭툭 털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그 자책의 도가 지나친 사람은 이로 인해 밥도 제대로 못 먹습니다. 문을 닫고 자기 방에 갇혀 지내고, 그렇게 며칠 몇 달을 혼자 괴로워합니다. 사실 그 잘못, 그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잘못이 꼭 자기 탓만도 아닌데, 자기가 마치 예수님처럼 이 세상의 모든 죄를 지고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아무리 죄를 짓지 않으려고 해도 모든 사람은 다 죄를 짓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누구나 다 실수를 합니다. 그럴 때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됩니다. 그러나 너무 자기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아- 내가 그때 00했더라면, 아- 그때 00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좀 더 00했더라면...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심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며칠, 몇 달을, 심지어 몇 년, 혹은 평생토록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자기를 파괴하며 스스로 폐인이 되는 겁니다.

의사의 경우를 봅시다. 사실 의사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자신들의 엉뚱한 실수로 인해서 그렇게 갑자기 죽지 않아도 될 환자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죽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의사의 경우 유가족 분들께 참으로 죄송스러울 겁니다. 그런데 어떡합니까? 의사가 신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도 인간이니까 실수를 합니다. 만약 의사가 실수를 해서 사람이 죽었다고 “아- 나 같은 무능한 의사는 더 이상 의사를 하지 말아야겠다.” 하고 모든 의사들이 다 의사를 그만둔다면 이 세상에 의사가 몇 명이나 남겠습니까? 그리고 아무리 실력이 좋은 의사라도 이미 죽기로 예정된 사람을 어떻게 살리겠습니까?

제가 여의도 순복음 교회에서 교구장으로 있을 때, 한 장로님이 간암으로 인해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한국에서 그쪽 방면에 가장 의술이 좋다고 알려진 전문의입니다. 그 의사 분이 수술하기 전에 모든 검사를 마친 후에 환자 분과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이 간암은 초기 암이고, 한쪽으로만 몰려 있는 순한 암입니다. 그러니 빨리 수술을 하면 완치 확률이 거의 90% 이상입니다.” 뭐- 그쪽 방면 유명한 전문의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냥 편하게 수술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그 수술실에서 깨어 나오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아- 그 환자 장로님, 교회에서 모 선교회 회장님이고, 복음 성가 가수로서 음반도 낸 분이고, 모 회사의 회장님으로 꽤 유명한 분입니다. 수술을 하기 전날에도 일상생활을 하셨고, 정신이 말짱하셨던 분이었습니다. 이런 분이 이렇게 뜻밖의 죽음을 당하자 담당 의사도 크게 당황해하고, 유가족들도 정신이 나갔고, 회사 사람들도 갑작스런 회장님의 죽음 소식에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제가 수술하기 전날에 교구의 여러 제직들과 병원에 심방을 갔습니다. 여러분, 병원에 목사님이 환자 심방을 가면 무슨 말씀을 전하고, 무슨 기도를 해줍니까? 아- 당연히 수술 잘되라고 기도하고, 치료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런데 그날 희한하게 제가 전한 말씀이 천국의 소망에 관한 메시지였습니다. 즉 그날 저는 거의 임종 예배를 드리다시피 했습니다.

당시 저는 이런 천국 말씀을 전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그날 주님께서 너무나도 강권적으로 저를 주장하셨습니다. 아- 이럴 때 목사하기가 참 힘듭니다. 그리고 결국 그 다음날 그 장로님이 수술을 하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렀습니다.

그리고 장지에서의 모든 장례 절차를 마치고 그 장로님의 아내 되신 권사님과 같이 회장님 자가용을 타고 올라오면서 그 권사님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합니다. “솔직히 목사님이 전날 병원에 오셔서 천국 말씀을 전해 주실 때, 많이 난감하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근데 하나님이 우리 장로님 천국에 오라고 목사님을 통해서 미리 알려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도리어 그게 위안이 되요.”

자- 보십시오. 이런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 앞에서 인간적으로 볼 때 얼마나 후회스럽겠습니까? “아- 괜히 저 의사 말만 듣고 수술했다가 우리 남편, 우리 장로님, 우리 회장님 죽었네.“ 그리고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얼마나 죄송스럽고,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여러분, 이걸 누가 책임집니까?

그 이후로 그 의사가 책임을 지고 의사 직을 그만둬야 합니까? 아니면 수술에 동의한 아내와 가족들이 자책을 하고 같이 죽어야 합니까? 아- 하나님이 그 장로님을 그날 천국에 데려가려고 예정을 하셨는데 인간이 그걸 어떻게 막습니까? 이건요. 누구의 책임도 아니에요. 이건 그저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겁니다.

오늘의 말씀은 제가 여러분들에게 무책임한 사람이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아무리 힘쓰고, 애쓰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도 그 결과가 안 좋을 때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무조건 당신 탓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가끔 언론 방송에 보면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 고백이 나옵니다. 사회자가 그분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습니까?” 그때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솔직히 저에게 어떤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요. 저는 그저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혹은 믿음이 좋은 크리스천의 경우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 같이 못난 사람을 쓰시는 것을 보면 모두 주님의 은혜입니다.” 즉 자기가 특별히 잘나서 성공한 것도 아니고, 내가 특별히 못나서 실패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성공했다고 우쭐되거나 교만할 필요도 없고, 실패했다고 스스로 자책하며 ‘나는 못난이’라고 만날 우울해하고, 슬퍼하고, 스스로에게 화낼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성경에 보면 동방의 의인이라고 하는 ‘욥’이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이 사람, 진짜 하나님 잘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자신 있게 칭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단 며칠 만에 그렇게 많던 재산을 오랑캐에게 약탈당하고 모두 다 잃었습니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 키워 놓은 7남 3녀의 자녀들이 함께 모여 잔치를 하고 있었는데 그만 집이 무너져 모두가 죽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아- 이게 도대체 누구 탓입니까? 여러분, 자녀가 갑자기 죽으면 부모는 자동적으로 “내가 죄가 많아서 내 자녀가 죽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녀가 죽은 집에 장례식을 가보면 그 부모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애야, 이 못난 어미(아비)가 너를 죽였구나. 이 어미(아비)도 곧 너를 뒤따라가마.”

제가 여의도 순복음 교회 교구장으로 있을 때입니다. 갑자기 여성 조장님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그 조의 한 구역장님의 청년 아들이 친구들과 캠핑을 갔는데, 그만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급류에 휩쓸려 아들이 죽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장례식을 치루고 난 후 그 어머니 되시는 구역장님이 늘 자책을 합니다.

“그때 내가 아들을 캠핑장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이고, 아들아- 다 이 어미 잘못이다. 이 못난 어미가 먼저 죽었어야 하는데...” 아니에요. 이건 어미 탓이 아니고, 그렇다고 그 아들 탓도 아니에요. 아- 예상치 못한 폭우가 갑자기 쏟아지고 사고가 났는데 어떡합니까?

그런데 이때 믿음이 좋은 분들이 도리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봅니다. “하나님, 왜 그랬어요? 왜 내 아들 지켜주지 못하고, 왜 내 아들 죽게 내버려 두었어요?” 여러분, 물어 봅시다. 하나님은 우리를 지켜주시는 분입니다. 맞지요? 그런데 하나님이 우리 믿는 사람들을 죽지 않도록 계속 100% 지켜줍니까?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에 죽을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즉 인생은 조금 살다가 때가 되면 다 가는 겁니다. 근데 우리 믿는 사람들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고 도리어 더 좋은 천국에서 영생을 얻는 전화위복입니다. 고로 이런 사고, 이런 슬픔 속에서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하나님께 원망하지도 마십시오. 이때는 욥처럼 이렇게 고백하면 어떻겠습니까?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1:21) 아멘! 여러분,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십시오. “한번 죽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정하신 것입니다.”(히9:27) 언젠가 너도 나도 다 죽습니다.

그렇게 너와 내가 죽을 때,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때, 물론 매우 슬프고 안타깝지만, 그것도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대로 되는 것이기에 ‘아멘!‘ 하고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그에 대해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그 죽음, 그 실패, 그 사고, 그 환난 앞에서 자책의 도가 지나쳐 스스로의 삶을 파괴하지 마십시오. 오늘의 본문에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너희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판단 받는 것이 내게는 매우 작은 일이라 나도 나를 판단치 아니하노니, 내가 자책할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하나, 그러나 이를 인하여 의롭다 함을 얻지 못하노라. 다만 나를 판단하실 이는 주시니라. 그러므로 때가 이르기 전 곧 주께서 오시기까지 아무것도 판단치 말라. 그가 어두움에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고, 마음의 뜻을 나타내시리니, 그 때에 각 사람에게 하나님께로부터 칭찬이 있으리라.”(고전4:3-5)

여러분 인생사는 것은 누구나 쉽지 않습니다. 모세의 고백입니다. “사람의 년수가 강건하면 칠십이요 팔십이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니이다.”(시90:10) 저와 여러분들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수많은 슬픔을 겪고 수고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너도 나도 다 죽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서게 됩니다.

그때 하나님은 너와 나의 잘못을 책잡고 따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들아(딸아), 험한 인생 사느라고 수고 많이 했다. 이제 이곳에서 편히 쉬어라. 외국 땅에서도 작은 일에 충성하느라고 애를 많이 썼다. 그러니 이제 나와 함께 여기서 즐거워하고 행복하게 지내자.” 하시며 크게 칭찬하실 겁니다.

고로 하나님도 칭찬하시는 여러분을 스스로 너무 자책하면서 괴롭히지 마십시오. 당신은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입니다. 보십시오. 그 바쁜 와중에도 오늘 이 외국 땅에서도 이렇게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원수 같은 사람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용서하고 사랑하려고 무척 애를 쓰며 살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오늘 2023년, 마지막 달, 마지막 날입니다. 이 2023년을 뒤돌아보십시오. 분명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여러 가지 일로 고생도 하시고, 수고도 많이 하셨습니다. 남편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아내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자녀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각 부서와 기관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느라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때로는 실수도 있었고, 원한 만큼의 만족한 결과가 없다 할지라도 너무 자책하거나 낙심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모든 것을 다 아시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2023년 한 해 동안 인생을 사느라고 수고하신 여러분들 모두에게 하나님께로부터 칭찬과 큰 박수가 있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