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한글?

글쓴이: 
Ruth

한국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어디에 가나 마찬가지겠지요?
한국에서는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수십만원짜리 영어학원에 등록시킨다는 얘기를 들으며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곧 수긍을 하고 맙니다.

저는 다행히 캐나다에 산다는 특권으로 영어학원에는 보내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남다른 고민을 하며 아이를 학교에 등록 시켰습니다. 무슨 학교인지 궁금하시지요? 바로 한국어학교입니다. 학교라고 해야 일주일에 고작 하루 그것도 3시간밖에 되지 않지만 궁여지책으로 이것이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이랑 한국말을 하는데 굳이 공부까지 시킬 필요가 있냐고 의아해 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막상 이곳에 와서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나면 이런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6시간씩 영어만 사용하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아이들이 국어를 학교에서 배우고 영어를 위해 영어학원으로 뛰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큰 딸아이가 만4세일때 동화책을 혼자 줄줄 읽길래 너무 기특해 했는데 1학년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더듬더듬 하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영어책을 줄줄줄… 영어 단어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줄줄 읽게 된 게 대견스럽기도 했지만 이 순간 한국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래서 결심을 하고 한국어 학교에 등록했습니다. 금요일 방과후에 6시부터 9시까지. 저녁 먹고 데려다 주려면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한국에 비하면 '새발에 피'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캘거리한글학교는 유치반, 한국어 1.2.3반, 중급반(중학생 대상)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하영이가 월반을 하여 한국어 2반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첫날 수업을 하고 와서 너무 어렵다고 푸념을 하더군요. 한국말로 공부하는 것이 생전 처음이니 당연할 수 밖에요. 그런데 나름대로 굉장한 스트레스가 되었나 봅니다.

문제는 다음주였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왔는데 속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밤새 토하고 그 다음날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분석 결과, 한국어 공부하러 가기전 걱정을 하면서 저녁을 먹더니 그게 체하였나 봅니다. 새로 시작한다는 건 무엇이든지 부담이 되나 봅니다. 다시 한주 동안 복습을 시키고 공부를 시킨 결과 그 다음 주는 좀 쉬웠다고 합니다. 받아쓰기를 했는데 10개 중에 7개 맞았다고 자랑입니다.
글쎄요. 한국 아이들 같은 수준을 기대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

색다른 고민을 한다는 걸 아시겠죠? 외국에 살아서 영어를 잘하겠다고 부러움에 싸인 분들은 위로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참, 한국어 학교에서 부채춤도 배우고 있습니다. 흥미로워하면서 집에서 팔을 흔들고 다닙니다. 작은 녀석도 요사이 조금씩 한글 읽기가 좋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