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의 체험기-치과 가던 날
아이들이 양치질을 하지 않으려고 할 때면 으례히 쓰는 말이 "그럼 내일 치과에 데려간다" 하면 두 말 않고 열심히 양치질을 하곤 합니다. 큰 딸이 한국에서 치과를 한번 다녀온 적이 있거든요. 이빨에 검은 흔적이 있어서 긁어 내고 아말강이라는 것으로 씌웠는데 그 와중에 요란한 소리며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것이 고통스러웠는지 그 다음부터는 치과라면 고개를 흔들곤 합니다. 아들 녀석도 누나의 얘기를 듣고 덩달아 무서워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아이들이 공포에 떠는 치과를 가야했습니다. 치료 목적보다는 예방 차원에서. 이곳은 아동 전문치과가 있습니다. 예약한 후 거의 한달을 기다려 갔더니 역시 아동전문치과답게 인테리어를 해 놓았습니다. 놀이방이며 오락게임기며 동화책이며…. 아이들의 관심을 끌만 하더군요.
치료가 시작되었는데 시작부터가 좀 색달랐습니다. 먼저 입을 벌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기구를 아이들이 먼저 느낄수 있도록 손으로 만져보게도 하고 손에 바람을 쐬어주게 하면서 호기심을 불러내더군요. 그랬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전혀 무서워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천천히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진료를 합니다. 아이들에게 양치질 하는 법도 직접 가르쳐 주고 연신 "good" 을 외치며 계속 대화를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딸이 입에 무언가를 물고서 10분 정도 있는데 그 와중에 의사가 직접 동화책을 읽어 주더군요. 아주 재미있어 했습니다. 세면대도 아이들 키에 맞추어 3단계로 설치되어 있는 등 정말 아이들 눈높이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진료가 끝난 뒤에는 스티커도 나누어 주더군요.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 했습니다.
이제는 양치질을 게을리 할 때 "치과 데려간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 머리 속에 치과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으로 바뀌고 말았으니까요.
대신 "치과 안 데려간다"는 말을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