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Tales of Miscommunication

글쓴이: 
JOON

아직은 눈뜨고 일어나서 다시 잠들 때까지 매일 매순간마다 부딪치는 모든 일상들이 낯설고 생소해서 긴장의 연속이던 시절의 경험이다.

그러니까 큰 아이가 6학년을 마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니 이민온 지 3 개 월 쯤 지났던 무렵였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인 University Elementary School을 졸업하고 중학교를 가야하는데, School District가 있어 지정된 학교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SL 선생님으로부터 School District에 있는 중학교에 가는 것 보다는 ESL 프로그램이 체계화 되어 있는 F.E. Osborne 중학교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는 상담하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몇 장 서류를 받아들고 School District에 있는 지정학교를 찾아갔다. School District 밖에 있는 F.E.O에 가야만 하는 사유를 밝히고 지정된 중학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다른 중학교에 가도 좋다는 서명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지도책을 펼쳐 우측 좌석에 놓고 중학교 위치를 찾아 가로, 세로로 번지 수를 압축해 가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들어가 한 직원에게 방문하게 된 대략적인 설명과 함께 양식을 보여주니 알았다고 말하면서 소파를 가리키며 “앉아 기다려라. 그 사이에 내가 커피 한 잔 갖다주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순간, 자기 학교가 싫어서 다른 학교 보내야겠으니 싸인해달라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나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주제파악을 못한 손님처럼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민오기 두 해 전, 답사차 혼자 배낭여행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내가 만났던 캐나다 사람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고 애썼으며, 그들의 온몸에서 배어나오는 친절은 또 얼마나 나를 감탄케했었는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이러한 경험을 잊지 않고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나로서는 또 한 번 그런 친절이 이 순간 재생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다소 마음의 여유를 찾고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 커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린 지 5 분 여가 지나도록 커피 향기를 맡을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여인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꽤 오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앞의 그 여인이 한 잔의 coffee가 아니라 한 장의 copy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심금을 울리는 감동은 아름다운 추억을 잉태하였지만 소통의 불확실성은 당혹을 낳은 것이었다.

며 칠 전 아랫 동네에 사는 S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번 목 요일 2 시부터 3 시까지 시간 좀 낼 수 있는지 묻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강요된, 꼼짝없이 지켜야만 하는 약속시간이었다. S 씨가 Family Doctor와 2 시 15 분에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검사결과 문제가 발견되면 Clinic에서 S씨에게 연락을 할 것이며, 특별히 연락이 없으면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사전에 Family Doctor와 약속이 되었었는데, Clinic으로부터 연락이 왔으니 불안한 마음과 함께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고, 누군가와 함께 가면 적이 안심도 되고 검사결과 내용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던 끝에, 그 누군가가 바로 나로 지목되었던 것이었다.

S씨 집에서 2 시 5 분 전에 만나 10 분만에 Clinic에 도착하였다. 검사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는 길어야 15 분일테지만 혹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을 고려하여 넉넉하게 3 시 5 분까지 한 시간 동안의 주차요금을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S씨가 접수계원하고 말하는 내용 중 내가 확실하게 들은 것은 S씨가 너무 일찍 왔다는 접수계원의 말이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 클리닉은 시간 약속을 참 잘 지키는 곳인가 보다.” 왜냐하면 나의 Family Doctor가 근무하는 17Ave 상의 Westglen 클리닉은 예약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줄 잘 서면 1 시간, 운 나쁘면 3 시간 반까지도 기다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래서 Clinic 대기실은 인내심 수련장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러한 사실에 어떤 사람은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곳 캐나다에 살면서 저절로, 그야말로 특별한 노력없이 저절로 터득하는 것 중 하나가 기다림이라는 것은 캐나다 생활 1 년 차만 되어도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그래도 한 번은 짜증이 나서 Family Doctor에게 하소연 하듯이 물었다. 예약했는데도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만 하는냐고. 돌아온 대답은, 오전부터 진료시간이 조금씩 밀려나가면 오후에 예약된 경우는 보통 몇 시간씩 지연될 수 있으니까 다음부터는 오전에 예약을 하라는 것이었다. 환경에 순응하는 것 보다 때로는 반발이 필요할 때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예약시간까지 불과 10 분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왔다는 말에 “하! 이런 곳도 있었구나! 세상 참! Clinic도 바꿔볼 것이네! 10 분 정도야 인내심 어쩌구 말할 것도 없지.” 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하다보니 10 분이 그냥 지나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접수계 쪽 안내원의 시선이 우리 쪽을 바라보다가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그냥 스쳐서는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것이었다. 곧 S씨를 부르겠지 하면서 보낸 시간이 10 분을 지나 20 분이 지났는데도 우리의 차례는 쉽게 다가올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이곳이라고 별 수 있나. 내가 다니는 클리닉이나 이곳이나 기다리는 시간이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별 수 없지. 그래! 캐나다 의료서비스는 대기 시간에 관한 한 어딜가나 별 수 없어.” 라고 체념 내지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웬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 것이 있었다.

S씨가 접수계원에게 다가가서 몇 마디 던졌을 때, 접수계원의 너무 일찍왔다는 말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사전 예약을 완벽하게 지키는 문화라 하더라도 10 분 일찍 온 것을 두고 너무 일찍 왔다는 말은 일반인의 시간 인식과는 웬지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은연중 불평이 가미된 말투로 점잔하게 물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해석은 자유지만 오역의 댓가는 컷다. S씨가 Clinic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달력에 표기해 놓은 예약시간은 2 시 15 분이 아니라, 35분 이후인 2 시 50 분 이었다. Fifty를 Fifteen으로 잘못 들었던 것이었다. 접수계원도, 나도 그리고 S씨도 웃었지만 우리들 각각의 웃음은 눈물의 의미가 다양한 만큼이나 그 의미는 서로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쫓겨 달아나는 도둑고양이처럼 파킹미터기로 뛰어가서 30 분 추가 주차요금을 째진 틈으로 쑤셔넣고 느긋한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섯을 때 S 씨는 Family Doctor 앞에 앉아 있었다.

그 Family Doctor가 얼마나 친절하고 싹싹한지 나도 그 사람을 나의 Family Doctor로 삼고 싶은 생각에, 사적인 질문을 해도 되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좋다는 말을 듣고는, 당신을 나의 Family Doctor로 부탁하고 싶은데 받아줄 수 있느냐고 요청하자, 그 의사 대답은 현재 자기의 경우 200 명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캐나다에서 진료대기시간 개선의 날은 얼마나 요원한지 모른다. 얼마전 Calgary Herald에 Walk-in Clinic에서 진료받을 때까지 14 시간 기다려야 했다는 기사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곳 캐나다에서 이민자로 살면서 누구나 공감하는 말 중 하나가 건강이 밑천이라는 것이다. 영어권에서 이방인으로서 귀와 입이 열리는 것은 어느 정도 세월이 약이라는 말로 위로가 된다. 그러나 건강은 세월이 지날 수록 담보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 스스로 노력해서 지키는 것이 밑천을 바닥내지 않는 최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