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좋사오니(?)

미국의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의 파우치 소장님이란 분이 이런 말을 3월 달에 하신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오는 8월 말이나 9월 초쯤 팬데믹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조건으로 미국 국민들이 70%-85% 정도가 백신을 접종하여 집단면역 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5월)에는 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백신 접종을 받았고 밖에 있다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매우 흔치 않는 상황이지만, 만일 사람들이 서로 넘어질 수 있는 완전히 붐비는 상황일 경우라면 마스크를 쓰십시오.” 뭐- 별로 새로운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는 분들이 있어서 이 말을 소개하는 겁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미국은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메이저리그 야구장에 보면 작년에는 관중들 없이 선수들만 나와서 시합을 치렀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점차 관중들 입장이 허락이 되고, 어느 지역에서는 아예 관중들 입장을 전면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 저래도 되는 거야? 아직 이른 것 아닌가?” 그래서 제가 좀 찾아보았습니다. 인터넷에 보면 ‘세계 백신 접종 현황’란 것이 있습니다. 국가별로 백신 접종률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최근 자료를 보니 미국의 백신 접종 비율은 인구 100명당 90.2명(2021년 6월 7일 현재)입니다. 상당히 많이 맞았지요?

한국의 경우는 백신 접종률이 인구 100명당 19.3명입니다. 그리고 세계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인데 112.4명입니다. 이는 2차까지 맞은 사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스라엘에서는 점차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즉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캐나다의 경우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인구 100명당 69.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캐나다는 백신 접종률이 빠른 백신 보급으로 인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다시 팬데믹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런데 며칠 전(2021년 5월 26일)에 이런 뉴스를 보았습니다.

“캐나다인 절반 이상이 COVID-19 이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우려한다.“ 아니 이건 또 뭡니까? 전염병이 그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좋은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왜 염려를 합니까? 그것도 반수 이상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래서 제가 좀 더 깊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좀 이해가 됩니다.

이번 COVID-19으로 인해 우리들의 일상생활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자유를 속박 당했습니다. 내 마음대로 어디 가는 것도 힘들어지고, 가게 문을 여는 것도 정부 지시를 따라야 하고, 특별히 실내 활동을 하려면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심지어 결혼식이나 장례식조차 인원제한이 있어 애를 먹었습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교회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특히 예배 인원이 제한이 되므로 성도님들이 성전에 모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온라인 예배를 동시에 드리기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성경에는 “모이기를 폐하지 말라. 그 날의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모이기를 힘쓰라.”(히10:25)고 했지만 전염병이라는 특수 사정으로 인해 모이기를 축소하고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캐나다의 경우는 정부보조금이 지원되어 아주 죽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도리어 “아- 정부 보조금을 가만히 앉아서 받으니까 더 좋아요.“라고 말하는 분도 제법 있습니다. 저희 교회의 경우도 COVID-19 이전에 비교하여 헌금이 줄어들므로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한편 다행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시 COVID-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정부 보조금이 끊어지게 됩니다. 다시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그러면 나는 뭐 먹고 사나?“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COVID-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제법 염려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COVID-19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만나지도 않고 참 좋았었는데,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니까 왠지 마음이 안 좋아지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더욱이 대인기피증이 좀 있어서 COVID-19으로 인해 집안에 숨어있기 좋았었는데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사람들 만나는 것이 좀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COVID-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우려하는 분들이 반수가 넘었다고 하니까 “아- 이거 전염병이 그치는 것도 문제구나!”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특히 캐나다 젊은 성인층 20대의 경우는 다시 시작되는 사회생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부모님들이 전염병 때문에 자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경우에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오랫동안 집안에 있었습니다. 강제 방학을 당한 겁니다.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학교에 간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어떤 아이는 “아- 이제 학교 가서 놀아도 되는 거야?” 하고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학교 가기를 좀 무서워하거나 꺼려하는 아이가 있을 겁니다. 애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개학보다는 방학이 좋잖아요. 그러니까 애들도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습니다. 동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울에 동면하는 동물들이 날씨가 풀리면 땅속에서 혹은 굴속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밖에 나오면 아직도 날씨가 쌀쌀하고 춥습니다. 먹을 것도 찾기가 아직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배는 고픈데 계속 동면만 하다가는 그대로 죽습니다. 결국 동물들도 먹고 살기 위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학생들도 가기 싫은 학교 다시 가야만합니다. 교회도 다시 나와야 합니다. 싫어도 다시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바로 그런 겁니다.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가 예수님을 따라 높은 산에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예수님이 찬란하게 변형이 되고,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고, 아- 참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황홀합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말합니다. “주여, 여기가 좋사오니 우리가 여기다가 초막을 짓고 알콩달콩 행복하게 삽시다.”

그런데 본문에 보면 베드로는 자기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자기도 알지 못하더라.“고 했습니다. 아- 그러잖아요? 산에만 있으면 누가 먹을 것을 계속 갖다 줍니까? 그리고 계속 산에만 있으면 처자식과 가족 식구들은 어떻게 해요? 그리고 산에 뭐가 있습니까? 라면도 없고, 라면 끓여 먹을 냄비도 없잖아요?

베드로는 당장 황홀감에 취해서 ‘여기가 좋사오니’라고 말은 했지만 앞뒤 생각도 못하고 그런 말을 했다는 겁니다. 예수님도 앞뒤 생각도 못하고 말하는 그런 베드로의 말에 일일이 대꾸도 안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냥 산에서 내려오셨습니다. 제자들도 뻘쭘하게 다시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겁니다.

산에서 내려와 일상으로 돌아오니 마을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한 아버지가 자기 아이가 귀신이 들려서 제자들에게 좀 쫓아달라고 했는데 제자들은 쫓아내지 못하고... 사람들은 모여서 웅성웅성 하고... 지지고 볶고 아- 참 피곤합니다. 산에서 보았던 그 찬란하고 황홀하고 신비한 광경하고는 영 딴판입니다.

그래서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싫습니다. 계속 ‘여기가 좋사오니’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을 열심히 믿는 분들 중에는 아마 이런 체험이 몇 번은 있었을 겁니다. 혹은 속세의 일상을 떠나서 아예 천국에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때요? 살아있을 동안에는 결국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와야 하잖아요? 귀찮아도 다시 밥을 차려 먹어야잖아요? 그리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즉 일상생활이 귀찮으면 세상을 떠나야 합니다. 지구를 떠나야합니다. 그래서 캐나다인들 반수 이상이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불안하고 염려가 된다는 겁니다. 이해가 되지요? 군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대에서 공짜로 밥 먹여 주고, 재워주고, 운동도 시켜주고, 월급도 줍니다.

근데 제대 날짜가 가까워옵니다. 자유를 얻게 되니까 좋아해야 합니다. 근데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겁니다. “아- 제대하고 나서 뭘 하고 먹고 살지?“ 즉 자유가 도리어 자신을 속박하는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겁니다. 그래서 자꾸 ‘여기가 좋사오니’라는 마음이 듭니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요.

애급에서 430년간 종살이를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렇습니다. 드디어 꿈에도 그리운 출애급을 하여 귀중한 자유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광야로 나와 보니 광야는 광야대로 힘듭니다. 그래서 다시 ‘거기가 좋사오니’ 하고 애급의 종살이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무도 오랫동안 종살이가 일상생활이 되다 보니 ‘차라리 종살이가 좋사오니’가 된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들의 믿음 생활이 때로는 골방에 갇혀서 기도할 때가 있고, 다시 광장에 나와서 일할 때가 있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하여 그 동안 교회가 1년 이상 골방에 갇혀 지냈습니다. 그러나 이제 백신접종과 함께 집단 면역이 이루어지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와야 합니다. 성도님들도 다시 교회로 나와야 합니다. 교회학교 어린이들도 다시 교회에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교회에 다시 나오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고, 불안이 되고, 힘든 십자가가 되면 어떡합니까? 고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불안을 떨쳐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베드로처럼 ‘여기가 좋사오니’라고 하면 안 됩니다. 노아의 대홍수가 끝나면 노아와 가족 식구들은 배 안에서 나와야 합니다. 다시 농사를 짓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합니다.

살다 보면 비상상황, 전쟁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상상황이 종료가 되고, 전쟁이 종식이 되었는데도 계속 지하 참호 속에만 숨어서 ‘여기가 좋사오니’ 하면 안 됩니다. 이제 나와서 신속히 복구를 해야 합니다. 다시 빵을 굽어야 합니다. 저희 교회의 경우 다시 성도님들이 예배에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콥스 브레드’에서 빵도 가져와서 먹어야 합니다. 물론 서두르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캐나다가 예상보다 빠르게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지도자들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얼마 안 남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우리들은 “아- 그렇지! 이제 신앙생활의 복귀도 이루어져야 하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 위해 일단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불안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강하고 담대해야 합니다. 비록 다시 돌아가는 일상생활, 신앙생활, 교회생활이 좀 피곤하고, 복잡하고, 때로는 스트레스가 되지만 이 땅에 사는 동안, 그리고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동안에는 다시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합니다.

그 동안 전염병 때문에 피치 못해 잠시 작전상 후퇴를 했지만 이제 다시 인천상륙작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잃었던 영적 영토를 회복하고, 그 동안 못했던 전도와 선교도 다시 시작해야하고, 또 다시 힘차게 주님을 찬양하고 노래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 교회가, 성도님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말기를 기원합니다.

용기를 가지십시오. 담대하십시오. 우리들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전염병을 이기고 죽지 않고 버티고 살았습니다. 다시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전염병이 떠나가고, 다시 예배가 회복이 되고, 하늘나라가 저와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확장되기를 축원합니다. 또 다시 쓰임 받기를 축원합니다.